7월 14일 마치 약속이나 한듯 일간지 및 라디오 심지어 공중파 TV뉴스를 통해서 가격비교 얼마나 믿을 수 있나?, 5곳중 1곳은 틀린가격이라는 기사가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왔습니다.

 
이는 공정위와 한국소비자원이 공동으로 13개 가격비교 사이트에 표시된 가격정보가 얼마나 정확한가를 조사한 결과가 발표된 바로 직후였습니다.(아마도 보도자료를 공정위와 소비자원측에서 배포했겠지요) 

대략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무슨기준인지는 모르겠으나 13개 가격비교 사이트를 표본으로 삼고, 다시 그중 무슨기준인지는 모르겠으나 16개 품목에 대해 각사에서 제시하는 인기순위 5위까지의 상품을 대상으로 모니터링한 결과라고 합니다. 

이런 저런 기사를 보며 이를 조금이라도 의아하게 생각하거나 비판의 눈초리로 보는 언론이 단한곳도 없었다는게 신기할 따름입니다.(어차피 보도자료를 Ctrl+c, Ctrl+v 하는 뇌없는 언론에 대해서 비판하고 싶은 맘은 없습니다.) 

13개 가격비교를 대상으로 했다는 기사의 내용처럼 13개의 가격비교 사이트가 어떤 기준으로 모니터링 대상 업체로 선별이 되었는지가 의문이었습니다.

공정위나 소비자원의 담당자가 네이버에서 <가격비교>라고 쳐보고 그걸 기준으로 삼지는 않았을 테니 말이죠. 

방문자수 기준으로 랭킹을 보여주는 비교적 알려진 사이트인 랭키닷컴(www.rankey.com)내 가격비교 순위를 확인해 보기로 했습니다.

기사가 나간 직후인 14일 공정위측에서 밝힌 신뢰도가 높다고 한 가격비교 사이트인 <조이켓>이라는 업체는 의아하게도 25위내에서는 찾을수가 없었습니다.

21일 다시 조회해본바 3,344계단이 급상승해 가격비교사이트중 15위를 차지하고 있더군요.(굉장히 당황스러운 결과군요. 그렇게 많은 계단을 상승하고도 15위라니 원래는 몇등이었단 말인지...)

공정위측에서 개별 업체의 매출 순위로 대상 업체를 선정한것도 아닐테고 그렇다고 방문자수가 많은 순으로 표본을 선정한것도 아니었습니다.(랭키닷컴 순위를 보니...)

현재로선 조이켓이라는 업체가 어디서 튀어나왔는지도 모를뿐더러, 조사하시는 분의 지인이 운영하는 사이트일수도 있단 생각까지 들정도 입니다.(그도 그럴것이 3,344계단이라는 급상승을 하게 되었으니 광고적인 측면에서는 최대의 수혜자라고 볼수도 있겠죠.) 

더군다나 조이켓이라는 업체는 마이마진(www.mm.co.kr)이라는 가격비교 전문 업체에서 가격과 상품 정보를 제휴해서 받아 쓰고 있다고 합니다. 

마이마진과 동일한 가격과 상품정보를 받아쓰는 조이켓은 1위이고, 제공하는 업체인 마이마진은 4위라는게 이해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조사 시점과 방법에 의문이 드는 부분입니다. 

게다가 가격비교사이트는 대부분의 가격정보를 제휴몰이라 불리는 오픈마켓(지마켓,옥션등)에서 일정주기로 다운받아 노출시키는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A라는 가격비교업체와 B라는 가격비교 업체가 2시간 주기로 가격을 갱신받고 A사는 12시 14시 16시, B사는 13시 15시 17시로 가격을 업데이트 한다고 하면 결국 공정위의 가격 모니터링 시간에 따라 순위는 다르게 나올수가 있습니다.  

결국 조사를 할때마다 순위가 달라지는것이지요. 조이켓과 마이마진이 동일한 가격과 상품정보를 사용함에도 실제 순위와 일치율이 다른것은 이런 상황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입니다.  

공정위나 소비자원이 가격비교 사이트의 기본적인 운영 형태조차도 파악하지 못한채, 조사한 결과만을 토대로 언론을 통해 이를 발표한것은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볼수 있습니다. 

또한 가격비교 업체마다 주력으로 삼는 상품군이 다릅니다. 다나와(www.danawa.com)는 PC관련 상품들이 주력이고, 에누리(www.enuri.com)의 경우는 가전제품이 주력상품군입니다. 그외 가격비교업체들도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주력으로 하는 상품군의 차이가 존재합니다.  

이런 차이점을 무시하고 16개 상품군에 대해 조사를 한것도 그 상품군이 어떠한 기준에서 나온것인지 이해할수 없는 면이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것 처럼 가격비교 사이트는 오픈마켓의 가격을 그대로 가져와 최종 소비자들에게 각각의 가격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역할을 담당하고 이를 통해 수익을 얻는 집단입니다.  

결국 실제 배송비 무료인 상품이 착불로 도착했다거나, 결제까지 했는데 물건이 없으니 취소하겠다.는등의 문제는 1차적으로 오픈마켓에 책임을 물어야하는 것이지요.
 
"오픈마켓 상품 상당수가 실제 정보와 달라"라는 기사를 본 기억이 없는것으로 봐선 오픈마켓 규모의 100의1도 안되는 중소업체인 가격비교 업체를 다루는것이 공정위나 소비자원 입장에서도 수월하겠다 싶었나 봅니다.
 
이쪽 업계에 관심이 없는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제목 그대로 가격비교는 믿기 힘든곳이라는 인식이 깔렸으리라 봅니다. 관에서 하는 일이 해당 업계에는 큰 파장을 일으킬수 있고 더더욱 그것이 납득하기 힘든 기준과 잘못된 결과일때 그 파급력은 상상을 초월한다는것을 알고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9~10월경에 한차례의 추가 조사및 발표가 있을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때엔 좀더 납득 가능한 결과가 나올지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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